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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플로우

유전자가 있는데도 발현되지 않는 이유

by 콘비벤씨아 2026. 9. 11.

우리 몸의 세포 대부분은 거의 같은 DNA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눈 세포는 눈의 일을 하고, 간세포는 간의 일을 합니다.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데 왜 서로 다른 세포가 만들어질까요?

핵심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것’과 그 유전자를 ‘사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점입니다.

유전자 발현이란 무엇일까?

유전자 발현은 DNA에 저장된 정보를 이용해 RNA나 단백질 같은 기능성 산물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쉽게 말하면 DNA가 거대한 요리책이라면 유전자는 각각의 레시피입니다. 요리책에 레시피가 있다고 해서 매일 모든 음식을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세포도 필요한 유전자만 골라 사용합니다.

전사인자가 유전자의 스위치를 조절한다

유전자가 작동하려면 먼저 DNA 정보를 RNA로 옮기는 ‘전사’가 시작되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는 전사인자라는 단백질들이 관여합니다. 특정 전사인자가 DNA의 조절 부위에 붙어 유전자의 작동을 촉진하거나 억제할 수 있습니다.

즉 유전자가 있어도 필요한 전사인자가 없으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DNA가 너무 단단히 포장돼도 발현되지 않는다

세포 속 DNA는 길이가 매우 길기 때문에 히스톤이라는 단백질 주변에 감겨 보관됩니다.

DNA가 느슨하게 풀려 있으면 세포가 해당 유전자에 접근하기 쉽지만, 매우 단단하게 뭉쳐 있으면 전사에 필요한 단백질이 접근하기 어려워집니다.

책은 있지만 서랍 깊숙이 잠겨 있어 읽지 못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DNA 메틸화도 유전자 활동을 바꿀 수 있다

DNA의 특정 부위에 메틸기라는 작은 화학 구조가 붙는 ‘DNA 메틸화’도 유전자 발현 조절과 관련됩니다.

특히 유전자 조절 부위의 메틸화는 경우에 따라 전사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DNA 염기서열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서 유전자 활동 상태를 변화시키는 현상은 후성유전학의 중요한 연구 대상입니다.

유전자는 필요할 때만 켜진다

유전자 발현은 세포 종류뿐 아니라 나이, 호르몬, 영양 상태, 스트레스, 외부 신호 등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유전자가 존재한다고 해서 항상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가장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우리 몸에는 수많은 유전자가 있지만 세포는 전사인자, DNA의 포장 상태, 후성유전학적 조절 등을 이용해 필요한 유전자만 선택적으로 사용합니다.

같은 DNA를 가진 세포들이 전혀 다른 모습과 기능을 갖는 이유도 바로 이런 유전자 발현 조절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