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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플로우

새의 눈에 있는 크립토크롬은 무엇을 할까

by 콘비벤씨아 2026. 9. 10.

철새의 눈에는 우리가 보는 것과 전혀 다른 특별한 나침반이 숨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후보가 바로 ‘크립토크롬(Cryptochrome)’이라는 단백질입니다. 크립토크롬은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 계열인데, 일부 조류에서는 지구 자기장을 감지하는 과정에도 관여할 가능성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새의 눈 속 크립토크롬은 정확히 무엇을 하는 걸까요?

크립토크롬은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이다

크립토크롬은 식물과 동물을 포함한 여러 생물에서 발견됩니다. 종류에 따라 생체시계를 조절하거나 빛과 관련된 신호 전달에 참여합니다.

새의 망막에서도 여러 종류의 크립토크롬이 발견됐습니다. Cry1a, Cry1b, Cry2, Cry4 등이 대표적이며 각각의 역할이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닙니다.

쉽게 말하면 크립토크롬이라는 이름 아래 서로 다른 업무를 맡은 여러 단백질이 있는 셈입니다.

철새 연구에서 CRY4가 주목받는 이유

특히 관심을 받는 것이 크립토크롬4, 즉 CRY4입니다.

2021년 Nature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야간 이동을 하는 유럽울새의 CRY4 단백질을 조사했습니다. 실험실에서 빛을 받은 CRY4가 자기장에 민감한 화학반응을 나타냈으며, 유럽울새의 CRY4가 닭과 비둘기의 CRY4보다 강한 자기장 민감성을 보였습니다.

이 때문에 CRY4는 철새의 자기 나침반을 구성하는 유력한 후보 가운데 하나로 여겨집니다.

빛을 받으면 라디칼쌍이 만들어질 수 있다

크립토크롬 내부에는 FAD라는 분자가 있습니다.

빛이 들어오면 FAD를 중심으로 전자 이동이 일어나면서 짝을 이루지 않은 전자를 가진 두 화학종, 즉 ‘라디칼쌍’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이 두 전자의 스핀 상태는 자기장의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구 자기장의 방향에 따라 화학반응 결과가 미세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라디칼 페어 메커니즘의 핵심입니다.

일종의 초미세 화학 나침반인 셈입니다.

그러면 철새는 자기장을 눈으로 보는 걸까?

여기서 재미있는 상상이 생깁니다.

철새에게는 지구 자기장이 시야 위에 나침반처럼 겹쳐 보이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현재 과학으로는 그렇게 단정할 수 없습니다.

크립토크롬 기반 자기장 감지가 망막과 관련될 가능성은 높지만, 새가 자기장 정보를 실제로 어떤 감각으로 경험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즉 우리가 보는 화면 위에 자기장 무늬가 나타나는 것처럼 새도 본다고 말하는 것은 아직 추측입니다.

크립토크롬이 철새 나침반이라고 확정됐을까?

아직 완전히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유럽울새 CRY4가 자기장에 반응할 수 있다는 실험적 증거는 매우 흥미롭지만, 해당 연구도 살아 있는 새의 CRY4가 실제 비행 방향을 결정하는 과정을 직접 증명한 것은 아닙니다. Nature 역시 CRY4를 강력한 자기수용 후보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현재 가장 정확한 결론은 이렇습니다.

새의 눈에 존재하는 크립토크롬 가운데 일부는 빛과 생체리듬에 관여하며, CRY4는 지구 자기장을 감지하는 양자 나침반의 핵심 후보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작은 단백질 안에서 일어난 전자의 변화가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하는 철새의 방향 감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바로 이 가능성 때문에 크립토크롬은 양자생물학에서 가장 흥미로운 연구 대상 가운데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