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조차 증식하려면 DNA나 RNA 같은 유전정보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프리온은 DNA도 RNA도 없으면서 자신의 상태를 다른 단백질로 퍼뜨릴 수 있습니다.
도대체 단백질이 어떻게 ‘정보’를 전달하는 걸까요?
프리온은 무엇일까?
우리 몸에는 정상적인 프리온 단백질인 PrP가 존재합니다. 보통 정상 형태를 PrPᶜ, 프리온 질환과 관련된 비정상적으로 접힌 형태를 흔히 PrPˢᶜ라고 표현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두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이 달라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같은 단백질이 서로 다른 입체구조를 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잘못 접힌 모양 자체가 정보가 된다
단백질은 단순한 실처럼 존재하지 않고 특정한 3차원 구조로 접힙니다.
프리온의 독특한 점은 비정상적으로 접힌 PrP가 정상 PrP와 만나면 정상 단백질도 자신과 비슷한 구조로 변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도장 하나로 같은 모양을 계속 찍어내는 것과 비슷합니다.
즉 DNA 염기서열 대신 ‘단백질의 접힌 모양’이 전달되는 정보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하나가 어떻게 계속 늘어날까?
잘못 접힌 단백질이 새로운 PrP를 같은 형태로 바꾸면 비정상 PrP의 양이 증가합니다.
이 단백질들은 서로 모여 응집체를 만들 수 있고, 응집체가 쪼개지면 새로운 ‘씨앗(seed)’이 만들어집니다.
각 씨앗이 다시 주변의 정상 PrP를 끌어들여 구조를 바꾸면서 연쇄적으로 확산할 수 있습니다. 이를 시드 기반 증식 모델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DNA가 정말 필요하지 않을까?
현재는 프리온의 감염성과 증식을 설명하는 ‘protein-only hypothesis’를 지지하는 강한 실험적 증거가 축적돼 있습니다.
특히 시험관에서 PrP의 구조 변환을 반복적으로 증폭시키고, 새롭게 형성된 프리온 물질이 다시 감염성을 나타내는 실험들이 이 가설을 강하게 뒷받침했습니다.
다만 실제 프리온 형성과 감염성에는 지질이나 다른 분자 같은 보조인자가 영향을 줄 가능성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프리온이 특별한 이유
프리온은 DNA처럼 염기서열을 복사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신 자신의 ‘구조’를 다른 단백질에게 전달합니다.
그래서 프리온은 생물학적 정보가 반드시 DNA나 RNA의 문자 형태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유전정보를 복사하는 대신 단백질의 모양을 복사하는 것.
바로 이것이 프리온이 DNA 없이도 정보처럼 퍼질 수 있는 핵심 원리입니다.
'경제 플로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새의 눈에 있는 크립토크롬은 무엇을 할까 (0) | 2026.09.10 |
|---|---|
| ADAR 효소가 RNA의 글자를 바꾸는 원리 (0) | 2026.09.10 |
| R-loop은 DNA와 RNA 사이에서 어떻게 만들어질까 (0) | 2026.09.08 |
| 잘못된 mRNA를 세포가 찾아내는 NMD 과정 (0) | 2026.09.08 |
| 리보솜이 번역하다 서로 충돌하면 어떻게 될까 (0) | 2026.09.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