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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플로우

인간 DNA 속 바이러스 흔적은 왜 남아 있을까

by 콘비벤씨아 2026. 9. 8.

인간의 DNA 안에는 오래전 바이러스 감염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인간 게놈의 약 8%는 ‘인간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HERV)’에서 유래한 서열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바이러스 DNA가 왜 수백만 년 동안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걸까요?

바이러스 DNA는 어떻게 인간 유전체에 들어왔을까?

레트로바이러스는 감염 과정에서 자신의 유전정보를 DNA 형태로 바꾼 뒤 숙주 세포의 DNA에 끼워 넣습니다. 아주 오래전 생식세포 계통에 이런 삽입이 일어나고 자손에게 전달되면서 바이러스 서열이 유전체의 일부가 될 수 있었습니다.

왜 지금까지 사라지지 않았을까?

DNA에 들어왔다고 해서 반드시 제거되는 것은 아닙니다. 생존과 번식에 큰 해를 주지 않는 서열은 세대를 거쳐 남을 수 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의 HERV에는 돌연변이와 결실이 쌓였고, 원래 바이러스처럼 복제하거나 감염시키는 능력을 잃었습니다. 작동하는 바이러스라기보다 오래된 ‘유전적 화석’에 가까운 셈입니다.

바이러스 흔적이 인간에게 도움이 되기도 할까?

놀랍게도 그렇습니다. 진화 과정에서 일부 바이러스 유래 서열은 숙주의 유전자 조절이나 새로운 기능에 이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태반 형성과 관련된 바이러스 유래 유전자입니다. 과거 바이러스의 기능이 포유류에게 유용한 방향으로 재활용된 사례가 알려져 있습니다.

모든 바이러스 흔적이 좋은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HERV는 억제되어 있지만 일부 서열은 특정 조건에서 발현될 수 있습니다. 여러 연구에서는 HERV의 비정상적인 발현과 암이나 면역 관련 질환 등의 관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관성이 발견됐다고 해서 특정 HERV가 질병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이 부분은 아직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인간 DNA 속 바이러스가 보여주는 것

인간 DNA 속 바이러스 흔적은 모두 쓸모없는 DNA라고 볼 수 없습니다. 일부는 기능을 잃은 유전적 화석으로 남았고, 일부는 유전자 조절이나 생식 과정 등에 재활용됐습니다.

결국 인간의 유전체는 인간만의 설계도가 아니라, 수백만 년 동안 조상과 바이러스가 만나고 살아남은 흔적까지 저장한 ‘진화의 기록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