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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

생체분자에서 전자 터널링은 어떻게 일어날까?

by 콘비벤씨아 2026. 9. 14.

전자 하나가 단백질 안에서 이동하려는데 중간에 넘기 어려운 에너지 장벽이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고전물리학대로라면 장벽을 넘을 만큼 에너지가 없으면 이동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양자역학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전자가 장벽을 직접 뛰어넘지 않고도 반대편에서 발견될 확률이 생기는데, 이것을 양자 터널링이라고 합니다.

놀랍게도 이런 현상은 생명체의 단백질에서도 실제 전자 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전자는 공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전자 터널링을 이해하려면 전자를 작은 공처럼만 생각하면 안 됩니다.

양자역학에서 전자는 파동적인 성질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자가 존재할 확률을 나타내는 파동함수는 에너지 장벽 내부에서도 곧바로 0이 되지 않습니다.

장벽이 충분히 얇다면 반대편까지 확률이 이어질 수 있고, 전자가 실제로 반대쪽에서 발견될 수 있습니다.

마치 사람이 벽을 부수고 지나간 게 아니라 어느 순간 벽 반대편에 나타난 것과 비슷합니다.

단백질 안에서는 어디에서 일어날까?

생체 내 전자 이동은 미토콘드리아 호흡, 광합성, 여러 산화환원 효소 반응에서 중요합니다.

이때 전자를 주는 부위인 donor와 전자를 받는 acceptor 사이가 완전히 붙어 있지 않더라도 일정 거리 안에서는 전자가 단백질 구조를 사이에 두고 터널링할 수 있습니다.

단백질을 통한 전자전달 속도는 특히 두 산화환원 중심 사이의 거리와 전자적 결합 정도에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거리가 멀어질수록 터널링 확률은 일반적으로 빠르게 감소합니다.

단백질은 단순한 장애물이 아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이 하나 있습니다.

단백질은 전자가 지나가야 하는 단순한 벽이 아닙니다.

단백질을 이루는 공유결합, 수소결합, 원자 사이 접촉 방식에 따라 전자가 이동하기 쉬운 경로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즉 단백질의 3차원 구조 자체가 전자전달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산길도 아무 곳으로나 가는 것보다 잘 닦인 길을 따라가는 것이 쉬운 것과 비슷합니다.

거리가 멀면 계속 터널링할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생물학적 전자전달에서는 짧은 거리의 직접적인 터널링뿐 아니라, 거리가 길어지면 여러 산화환원 중심을 단계적으로 거치는 호핑(hopping) 방식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생체 전자전달 사슬에서는 여러 보조인자를 적절한 간격으로 배치해 먼 거리까지 전자를 전달합니다.

한 번에 긴 강을 뛰어넘는 대신 징검다리를 여러 번 밟고 건너는 것과 비슷합니다.

생명체에도 양자역학이 필요한 이유

전자 터널링은 양자역학이 극저온 실험실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는 좋은 사례입니다.

우리 세포가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도 전자 이동이 필요하고, 일부 짧은 거리 전자전달에서는 터널링이 실제 메커니즘으로 작동합니다.

다만 모든 생체 전자 이동을 터널링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거리와 단백질 구조, 산화환원 에너지, 분자의 움직임에 따라 터널링과 호핑 등 서로 다른 메커니즘이 관여할 수 있습니다.

결국 생명체는 양자역학을 일부러 ‘사용한다’기보다, 분자와 전자가 존재하는 작은 세계 자체가 양자역학의 법칙을 따르고 있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