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명과학

동물의 자기장 감각은 철새에게만 있을까? 바다거북·연어도 길을 찾는 원리

by 콘비벤씨아 2026. 9. 14.

철새가 수천 km를 이동하고도 방향을 잃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자기장 감각’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지구 자기장을 이용하는 동물은 철새만이 아닙니다.

바다거북, 연어, 가시바닷가재, 왕나비처럼 서로 전혀 다른 동물에서도 자기장을 방향이나 위치 판단에 이용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자기장 감각이란 무엇일까?

자기장 감각 또는 자기수용(magnetoreception)은 동물이 지구 자기장의 방향·세기·기울기 같은 정보를 감지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쉽게 말하면 몸 안에 나침반을 가지고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다만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동물이 자기장을 이용한다는 행동학적 증거는 많지만, 자기장을 어떤 세포가 받아들이고 신경 신호로 바꾸는지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바다거북은 자기장으로 위치까지 구별한다

바다거북은 대표적인 자기수용 동물입니다.

2025년 Nature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붉은바다거북이 서로 다른 해역을 재현한 자기장을 학습하고 구별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방향을 정하는 ‘자기 나침반’과 위치를 파악하는 ‘자기 지도’가 서로 다른 메커니즘을 사용할 가능성까지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바다거북에게 지구 자기장은 단순한 나침반이 아니라 일종의 좌표가 될 수도 있는 겁니다.

연어는 고향을 어떻게 다시 찾아올까?

연어도 자기장을 이용하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고향 주변의 자기장 특징을 기억했다가 성체가 된 뒤 회귀할 때 활용한다는 ‘지자기 각인’ 가설이 대표적입니다. 바다거북과 연어 모두 고향 지역의 자기장 특징을 장거리 이동에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가 축적돼 있습니다.

다만 연어가 자기장만으로 강까지 찾아오는 것은 아닙니다. 먼 거리에서는 자기장을 이용하고, 가까워지면 냄새 같은 화학적 단서를 함께 사용하는 방식이 유력합니다.

지도 앱으로 동네까지 간 다음 마지막 골목에서는 건물 번호를 보는 것과 비슷합니다.

곤충과 갑각류도 자기장을 느낀다

척추동물만 가진 능력도 아닙니다.

북미의 왕나비는 태양을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기 나침반을 보조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있습니다. 특히 이 자기 나침반은 특정 파장의 빛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시바닷가재 역시 낯선 장소로 이동시킨 뒤 해당 지역의 자기장을 인위적으로 재현하자 원래 서식지 방향에 맞춰 이동 방향을 바꾸는 행동이 관찰됐습니다.

철새만의 특별한 능력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자기장 감각은 철새에게만 존재하는 능력이 아닙니다.

바다거북과 연어 같은 척추동물뿐 아니라 왕나비와 가시바닷가재 같은 무척추동물에서도 자기장을 이동 정보로 사용하는 사례가 발견됐습니다.

다만 모든 동물이 자기장을 감지하는 원리가 동일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정확한 자기수용 기관과 작동 원리는 여전히 연구 중입니다.

우리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지구 자기장이 어떤 동물에게는 나침반이 되고, 어떤 동물에게는 수천 km를 이동하게 해주는 거대한 지도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