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안의 물질을 나누려면 반드시 막이 필요할까요?
놀랍게도 세포는 막을 만들지 않고도 특정 단백질과 RNA를 한곳에 모아 작은 공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런 구조를 ‘생체분자 응축체(Biomolecular Condensate)’라고 부릅니다. 그 형성 원리로 가장 많이 연구되는 것이 액체-액체 상분리, 즉 LLPS입니다.
액체-액체 상분리란 무엇일까?
LLPS는 하나의 균일한 액체가 서로 성질이 다른 두 액체 상태로 분리되는 현상입니다.
익숙한 비유로는 물속에서 기름방울이 따로 모이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세포에서는 단백질이나 RNA 같은 생체분자가 특정 조건에서 서로 모여 농도가 높은 영역과 낮은 영역을 만들 수 있습니다.
생체분자 응축체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단백질과 RNA 사이에는 약한 정전기적 상호작용, 소수성 상호작용 등 여러 힘이 작용합니다.
특히 여러 부위에서 동시에 다른 분자와 결합할 수 있는 단백질이나 유연한 비정형 영역을 가진 단백질은 이런 응축체 형성에 관여할 수 있습니다.
농도, 온도, pH, 염 농도 등의 조건이 달라지면 분자들이 갑자기 한곳에 모여 액체방울과 비슷한 영역을 만들기도 합니다.
세포는 왜 이런 구조를 만들까?
가장 큰 장점은 필요한 분자를 좁은 공간에 빠르게 모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정 RNA와 단백질을 응축체 안에 집중시키면 세포 전체를 돌아다니며 서로를 찾을 필요가 줄어듭니다.
막으로 완전히 차단된 공간도 아니기 때문에 필요한 분자는 들어오고 나갈 수도 있습니다. 응축체는 특정 분자를 농축하거나 다른 분자를 배제하면서 여러 세포 과정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실제 세포에도 존재할까?
대표적인 예로 핵소체, 스트레스 과립, 핵 스펙클 등이 있습니다.
이런 구조들은 지질막으로 둘러싸여 있지 않으면서 특정 단백질과 RNA가 농축된 영역을 형성합니다. 일부 응축체는 서로 만나 합쳐지거나 내부 분자를 빠르게 교환하는 등 액체와 비슷한 성질도 보입니다.
모든 생체분자 응축체가 LLPS로 만들어질까?
여기서는 구분이 필요합니다.
생체분자 응축체라고 해서 모두 순수한 액체-액체 상분리만으로 만들어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세포 안에서는 단백질 결합, RNA, 막 표면, 에너지 소비 과정 등 여러 메커니즘이 함께 작동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LLPS 이외의 응축체 형성 방식도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생체분자 응축체는 ‘막 없이 특정 생체분자가 집중된 세포 내부 공간’이고, LLPS는 그런 구조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물리적 메커니즘 가운데 하나라고 이해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세포는 벽을 세우지 않고도 필요한 곳에 필요한 분자를 모을 수 있는 셈입니다.